
통상 명예훼손 행위로 형사판결이 확정된 경우, 물론 민사재판에 있어서는 형사재판의 사실인정에 구속을 받는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동일한 사실관계에 관하여 이미 확정된 형사판결이 유죄로 인정한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사재판에서도 유력한 증거로 사용된다. 즉, 형사 재판에서 유죄 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는 민사소송에서도 명예훼손 불법행위가 쉽게 인정될 수 있다.
반대로, 명예훼손 형사 사건에서 무혐의 내지 무죄로 판단되었다고 하더라도,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에 있어서의 ‘명예훼손’은 형법상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인 ‘불특정인 또는 다수인이 들을 수 있는 상태’까지 필요한 것은 아니기에(민사재판에서는 보다 완화된 기준이 적용된다) 형사 재판의 결과와 달리 위자료를 인정받을 수 있다[의정부지방법원 2022. 5. 13. 선고 2018가단125389 판결 참조].
명예훼손의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은 제일 먼저 가해자들을 상대로 형사고소를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형법상 명예훼손죄는 구성요건 해당성이 엄격하게 인정되지 않으면 가해자의 고의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 이에 형사고소 후 수사기관에서 무혐의 처분 내지 형사재판에서 무죄판결을 받게 된 피해자는 가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제기를 포기하거나 주저하게 된다.
하지만, 가해자의 명예훼손 행위가 ‘진실인지’, ‘불특정 내지 다수인이 들을 수 있는 상태였는지’ 등을 불문하고 그 내용이 피해자의 사회적인 평가를 저하시키는 내용이고, 일반인의 입장에서 통상적인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판단해 보더라도 수인 내지 용인하기 힘든 것이라면 위법한 행위에 해당함이 명백할 것이다. 따라서 피해자가 입은 정신적 손해에 대해 인정받을 수 있다.
다만, 구체적인 손해의 범위와 관련하여, 그 액수를 피해자가 입은 손해에 상응하게 인정받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명예훼손 직후 구체적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은 객관적인 자료를 증거로 확보하여 법원에 제출할 필요가 있다.
이상과 같이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은, 형사 사건의 결과에 많이 영향을 받는 것이 사실이지만, 형사사건과 달리 민사재판에서는 형사상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침해행위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불법행위를 구성하는지를 판단한다. 따라서 형사사건에서 엄격한 증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자료를 빠짐없이 준비해서 민사소송을 통해 손해를 전보 받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법무법인 태림 천안분사무소 전종호 변호사